KEYS Q&A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북한의 식량난

왜 식량난의 실태가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일까?

2003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북한인권토론회에서 한 참석자는 “내가 북한을 30여 차례 드나들었지만 아사자가 발생할 만큼 심각한 식량난이나 인권탄압실태를 목격한 적이 없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며 “북한의 식량난 및 인권실태가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적잖은 사람들이 북한을 오가고 있지만 ‘굶어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면서 아사자의 수치 등을 믿지 않으려 한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북한 당국은 국제기구의 조사자들이나 외부 방문객들이 북한의 특정 지역을 방문하게 될 때 사전에 부정적인 측면을 보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가려놓는다. 이에 대해서는 월드비전 부의장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식량난 실태를 조사하였던 앤드류 나초스가 자신의 저서 ‘북한의 기아’에서 잘 소개하고 있다. 나초스의 책에는 이에 대한 여러 비정부기구 관계자들의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한 NGO 요원이 1998년 봄 북한에서 돌아오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북한에서 진실된 사실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모른다. 배경자료를 읽어보고, 10일간 북한을 돌아보고, UNDP, UNICEF, 그리고 다른 NGO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우리는 북한상황을 희미하게 감지했을 뿐이었다. 북한이 아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고, 북한이 거의 모든 외부세계에 대하여 국가의 신용을 잃었다는 점이었다. 북한을 최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구호요원이 있었는데 - 시차 때문이 아니라, 북한 전역에 존재하는 사상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구별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잘 수 없다는 - 그를 나는 동정하였다. 한 노르웨이 출신의 UNICEF 직원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자신은 우간다에서 근무한 적도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지이레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어려운 지역이었다. 신변안전 때문이 아니라,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전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98년 12월까지도 UN은 부족한 정보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였다.
비록 북한에서 구호활동을 펼치는 인도주의 기관이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할지라도, 우용한 데이터는 구호기관들이 현재 북한의 사정과 사태파악을 위해 정상적으로 요구되는 양보다 훨씬 적게 수집되고 있다. 구호요원들에게 예정에 없는 스케줄로 이루어지는 답사나, 북한당국이 허락하지 않은 방문은 전혀 생각할 수도 없다.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 - 미리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 북한의 상황을 평가하고, 감독하고, 분석하기 위해 필요한 접근이 구호요원들에게 허락되지 않고, 쉽지 않다는 점은 정확한 통계와 결론을 내리는 데 많은 어려움과 혼란을 야기하였다. 그래서 정확하게 밝혀진 통계에 기초하기보다 구호요원들에 의해 목격되고, 그리고 그들의 추론에 기초해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보듯 북한은 식량난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스스로 재난의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구호단체들의 조사활동도 엄격히 제한하였다. 국제사회를 향해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면 당연히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진데, 자유로운 주민면담 및 사진, 비디오 촬영을 일체 허락하지 않았다. 예외적인 경우에 이를 허락하였으며, 현재 보도되는 북한 식량난의 실태를 담은 몇 장되지 않은 사진과 영상이 전부이다. 다음은 한겨레 신문의 기사이다.

<위와 같이 커다란 시각의 차이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북한 당국이 보여주는 것만을 보고오는 사람들의 잘못된 주장 때문이다. 탈북난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외부의 방문자들이 온다고 하면 그 지역 관리들의 지시로 주민들을 통제하며 철저한 사전준비를 한다고 한다. 난민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조치들이 취해진다.

1. 거리와 역전에 있는 유랑민들을 이전시키고 사망자 처리조직에서는 사망자를 처리한다.
2. 방문자의 예정된 방문지점과 시간에 따라 사전긴급조치를 취한다.
- 거리 청소 등으로 노출된 현상을 모두 몰아넣어 감춘다.
- 꽃제비(유랑걸식자)를 몰아 가둔다. 기아로 쓰러져 가는 사람들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도록 행정단위에서 조처를 취한다.
- 인민반별로 회의를 열고 정치사상문제와 연계시켜 행동방침을 하달한다.
- 밖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고, 외국인이 올 무렵 호각을 불어 알려주면 누구도 다니지 못하고 죽은듯이 집에 있는다. 만약 밖에 나갔다가 잡히면 며칠동안 반성문을 쓰게 한다.

이외에도 외부방문자가 설령 우연히 진실을 알게 되었다 하더라도 사실대로 말을 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참 답답한 일이에요. 북한에 가 보았거나 연변 또는 일본?중국 같은 데서 북한 사람을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석에선 북한의 참상에 눈물까지 흘리면서 이야기하다가도 일단 공식 석상에선 이를 제대로 말하려 하지 않아요. 왜 그러는지 아십니까?'...... '제대로 말했다가는요, 북한을 자극해 그나마 어렵게 뚫은 지원통로마저 막혀버릴 겁니다.”

아무리 북한 인민을 도우려 하는 사람도 이 장벽에 가로막혀 진실의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다른 한쪽에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북쪽의 식량난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은 아닌지, 또 하나의 정치선전은 아닌지 의심하곤 하는 판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97년 5월 13일자 북한 식량난 르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