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잠깐! 북한자유법안에 대해 질문 있어요


1. ‘2003북한자유법안’과 ‘2004 북한인권법안’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법인가요?
지난 11월 미 의회에 상정된 북한자유법안에 대해 국내 일부 사회단체들이 체제 붕괴를 유도하는 법안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북한자유법안을 ‘인권을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위험한 법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탈북자 지원이 북한내부의 동요와 혼란을 불러올 뿐 근본적인 해결점이 아니라는 점, 라디오 보급은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협상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 북-미 협상에 인권의제를 추가하는 것은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3월 3일 개최된 ‘NK자유법안과 시민사회의 대응’토론회에 참가한 단체들은 이 법안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핵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작동할 것이라면서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기도 했다. 결국 인권개선을 위한 각종 지원 방안은 체제 붕괴를 획책하는 숨겨진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 내 상당수의 시민 사회단체들도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1) 자유법안은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
북한자유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내 단체들은 이 법안을 상정한 상 하원 의원들과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 내 인권단체와 한인단체, 기독교 단체가 마치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북한자유법안 추진 배경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그 동안 북한 인권을 터부시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해온 한국 시민사회가 다시 한번 북한인권에 대한 무지, 인권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국내 단체들이 북한자유법안을 북한 붕괴법안으로 규정하고 반대운동을 벌이는 것은 북한인권과 자유법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아가고 북한자유법안의 입법 취지, 법안 통과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심각한 우려, 법안이 미칠 인권개선 효과 등에 대한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이러한 우려는 크게 개선 되리라고 본다.

현재 국제사회는 각 국가의 외교라인과 유엔인권위원회와 같은 국제기구를 동원하여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을 알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이다. 북한자유법안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미국사회가 자국의 제도적 장치로 수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회에서 추진되는 법이기 때문에 무조건 대북 압박 및 대북 고립압살 정책의 일환이며 미국이 북한 붕괴를 위해서 인권을 이용하고 있다며 앞뒤 가리지 않고 공격만 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사회가 북한인권에 침묵해오는 동안 국제사회는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민간단체, 정부, UN을 막론하고 탈북자, 인권문제, 수용시설 해체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이번 북한자유법안도 미국이 아닌 국제사회의 북한인권에 대한 심각한 경고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내 대다수 시민사회단체들은 냉전세력에 이용당할 수 있다거나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북한정권에 대한 인위적인 변화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에서 비롯된 미국 의회의 북한 자유법안 상정 및 UN인권위 대북결의안 통과, 국제기구의 북한 인권개입 노력과 같은 전 세계적인 북한 인권개선 노력을 볼 때 더 이상 국내 시민사회 인권단체들의 소극적인 태도는 용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북한자유법안을 의회 통과를 주도하는 단체의 심각한 북한인권 인식
디펜스포럼(DFF) 수전 솔티 (Suzanne Scholte)여사는 북한인권개선과 탈북난민보호를 위해 활동해 오고 있으며 북한자유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북한 인권운동가이다. 북한 기아와 인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디펜스포럼 회장을 맡고 있으며 탈북 난민 보호와 북한인권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대북 인권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방미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현재는 상 하원에 상정된 북한인권관련 법안의 연내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있다. 올 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북한인권 국제회의에서 수전 솔티는 북한인민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발표하고 눈물로서 북한문제 해결에 국제사회의 협조를 호소해 각국의 참석자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2004 북한자유법안’을 상원에 상정한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은 상원 동아태소위원장이다. 브란운 백은 지난 2002년에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된 탈북 난민과 이들을 지원하는 인권 운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작년 10월에는 상원 북한인권 관련 청문회를 개최하여 탈북자 및 북한인권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증언을 청취하였다. 이 자리에서 브라운 백은 북한인권에 대한 의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기조발제를 하는 등 미 의회에서 북한인권관련 활동을 가장 앞장서서 해오고 있다. 샘 브라운백 의원은 이라크 민주화 법안과 이라크 해방법안을 의회에 상정해 통과시키기도 했던 전력이 있다.

미국 내 한인단체들의 활동도 주목할 만 하다. 아태인권협회 유천종 목사, 재미 인권운동가 남신우 씨 등은 대표적인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활동해 온 인사들이다. 이들의 주 활동은 재미 한인과 미국인을 상대로 북한인권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자유법안지지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독교 장로교회 미국 총회로부터 지지서명에 동참하겠다는 결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한인단체와 인권기구들은 오는 4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과 광장에서 탈북자와 동포단체 등 비 정부기구(NGO)와 연방의원, 기독교인이 참가하는 ‘북한자유의 날’행사를 개최하여 법안통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북한자유법안 통과를 지지하는 단체들의 상당 수가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미국 내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관심의 차이가 있을 뿐 인식의 차이는 미미하다. 예를 들면, 자유법안에 소극적인 진보단체들이 법안자체를 반대하기 보다는 북한자유법안으로 인해 탈북 난민과 미국에 인접해 있는 국가의 난민을 차별해서는 안되며 미국의 이민법과 충돌을 막기 위한 법률수정이 필요하다며 의견을 내는 정도이다. 오히려 미 행정부가 재정이나 현실주의 외교문제를 앞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자유법안통과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와 인사들은 북한문제를 핵이나 안보적인 접근 보다는 북한 내 인권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정부를 향해 인권정책을 대북외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외교적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선결적인 의제로 다룰 것을 촉구한다.

이처럼 법안을 상정하고 통과를 위해 노력하는 주체는 부시 정부가 아니라 북한인권 개선을 노력해온 미의회 의원들과 인권시민단체, 종교단체, 한인단체이다. 이들의 지상과제는 북한인민의 생명과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인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는 김정일은 인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독재자에 불과하다. 그들은 독재자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고 체제를 보장해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3)인권개선 및 민주주의 촉진이 독재자의 권력기반을 약화시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북한자유법안이 북한주민의 인권보호와 탈북자 지원활동 강화, 북한민주화 촉진 등의 인권과 민주화를 중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이 정책은 북한 김정일 독재 정권에게 위협이 되고 김정일 정권의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자 북한당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것은 독재정권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한체제가 억압에 기초한 사회 체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억압을 해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활성화 된다면 정권의 통제력은 이완되고 전체주의적인 체제의 내구력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체제의 변화는 김정일을 제외한 모든 북한인민들이 원하는 변화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를 우리 한국 사회가 유독 두려워할 이유는 무엇일까? 인권개선과 민주화는 필요하지만 체제위기를 초래해서는 안되고, 탈북자는 지원하되 탈북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인권개선과 탈북자 보호를 위해 어떠한 외부적인 지원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북한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활동 속에서 불가피하게 북한정권의 약화가 초래된다면 이러한 변화를 신속하게 수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자세이다. 체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국제사회가 북한인권문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2. 북한자유법안이 북한의 주권을 침해할 우려는 없는가?
북한자유법안은 실제 북한 내부의 인권개선과 민주주의 성장을 지원하고 유도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탈북자에게 우선 난민 지위를 부여하여 미국입국을 허용할 뿐 아니라 정착지원과 고용까지 알선해주고, 테러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는 s-2비자를 제공함으로써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제공하도록 유도한다. 또, 북한에 라디오를 보내고 북한자유방송의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며 시장개혁과 민주주의 활동을 지원하는 비 정부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실제 북한내부의 민주주의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겠다는 의미이다. 이 법안의 내용대로 라면 북한자유법안은 통상적인 인권 보호 차원을 넘어 내정 개입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특히나 북한은 ‘자주권’이라는 용어를 대표적인 정치적 수사로 사용하는 국가이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핵 폐기 요구, 납치자 문제에 따른 일본의 대북 경제제재,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우려, 심지어 식량 배급의 투명성 요구에도 내정간섭이자 주권침해행위라며 강력 비난해왔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북한이 격렬히 반발하고 주권침해 논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와서는 한 나라의 주권보다는 해당 국민이 보장 받아야 할 인권의 가치를 더 우위에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가주권의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자행하는 학살과 인권유린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나토가 코소보 사태에 개입해서 밀로세비치 유고대통령의 인종청소를 중단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개별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은 현대사회의 높은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을 반영한 결과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 합의를 확산시켜가는 것이 전 세계적 차원의 인권유린 종식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나 북한과 같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 및 가혹한 처벌을 통해 내부 저항을 억누르는 국가에게는 외부세계의 감시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한 국가도 북한의 인권유린을 비난할 뿐 실질적인 민주주의 촉진 활동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남한정부도 화해와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인민의 가혹한 인권유린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민주화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기아 상태 방치, 정당한 재판 없이 공개적이고 잔인한 처형, 수용소에 수감된 수십만의 정치범, 이중 삼중의 폭압기구에 의한 감시와 탄압을 자행하는 북한 김정일 정권의 인권유린은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이다.


3. 북한자유법안이 한반도 평화를 침해할 수 있지 않나요?

이 부분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하나 논점은 한가지 이다. 북한 자유법안은 한국을 위한 법도, 남북관계를 촉진하기 위한 법도 아니다. 북한 자유법안은 억압 받는 북한 인민과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법이며 그들의 인권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북한의 최대 식량지원국이었다. 또한 남한도 다양한 경협사업을 통해 현금을 포함한 경제지원을 해왔다. 미국이 북한에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 해오고 남북관계도 진전 되었지만 북한인민의 삶과 권리는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핵개발 위협을 통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북한 김정일 정권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온 북한의 변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재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고민해 볼 필요성이 있다. 미국 사회는 이미 인도적인 식량지원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지원사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것은 북한인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정권을 자극하면 평화가 깨지고 전쟁의 위협이 있다는 말로 북한인권을 회피하는 행위 보다 훨씬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다. 북한을 자극하면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북한정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그러한 포악하고 변화여지가 없는 북한정권에게 무엇을 기대하면서 화해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말인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를 공화국을 모략하는 체제 붕괴책동으로 규정하는 북한정권에게 개혁 개방의 기대하며 몇 십 년을 기다릴 수는 없다. 북한 인권과 민주주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현재 남북 교류 협력를 해치고 평화에 위협이 된다는 것은 결국, 한국민주화 운동을 지원하는 것은 사회혼란을 부추겨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과거 독재정권의 논리와 별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하루라도 빨리 외부세계가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북한자유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북한자유법안 통과 반대 주장은 결국 ‘북한인권과 민주화 주장은 남북관계를 훼손하고 결국 전쟁 위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 북한 위협론’ 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