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북한이야기
북한의 식수절을 돌이켜 보며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4월이다.
남한 주민들에게 “4월에 특별히 기억나는 날이 뭐냐?”고 물으면 “4월은 특별한 날이 많지 않은데,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도 있고 어린 시절 추억도 남아있는 식목일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대답을 하면서 사람들은 어린 시절 학교나 마을 어귀에 심었던 나무 한 그루를 떠올려 보기도 할 것이다. 당시 심었던 그 나무들이 지금 제 자리를 지키고 쑥쑥 커주었는지 아련한 기대를 하면서….

북한 주민에게 4월의 특정 일을 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어이없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4월 15일, ‘태양절’도 모르느냐?”고 말이다. 그렇다 남한에는 없는 북한 최대의 명절, 김일성이 태어난 날을 기념한 “태양절”이 4월에 버티고 있다. 대답 후 북한 사람들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뭘까? 우습지만, 진짜 먹을 것뿐이다. 남한에서는 흔하디 흔한 음식들을 북한 사람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 태양절에 제일 먼저 떠올린다. 주린 아이들은 달콤한 사탕을 생각할 것이며, 어른들은 기분 좋게 술에 취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것이 4월을 생각하는 남과 북 주민들의 생각차이다.

4월에 들어서면 한국, 중국, 일본 등 북한의 주변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따뜻한 봄날과 함께,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에 휩싸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서는 것이 희망을 키우듯, 나무심기에 나서는 모습을 많이 봤다. TV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나무 심겠다고 이것 저것 챙겨 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 누가 “이래라, 저래라” 시키지 않아도 국민적 정서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생각에 못 박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여 4월5일 식목일을, 많은 논란 속에서도 계속 공휴일로 정하고 나무심기를 한다.

황폐화된 산에 나무를 심으면 북한 식량난이 해결된다?

북한에서도 3~4월에는 “봄철나무심기 운동”이라는 캠페인을 벌인다. 그러나 봄철 나무심기 운동이라고 목소리만 높을 뿐,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당국에서 아무리 “나라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애국자”라고 "조국의 산과 들을 푸른 숲으로 뒤덮이게 하자"고 강조해도 주민들의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 소리들이다. 매시기, 매일 끝 없이 이어지는 전투, 운동이라는 캠페인에 질릴 대로 질리고, 또 피동적으로 길들여져 사는 것이 북한 주민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굶주림 속에 체내의 모든 저항력을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데 소모해 온 주민들은 봄날의 따뜻한 기온 앞에 온 몸이 주저 않는 듯하다. 기아와 굶주림 속에서 “목표 없는 고난의 행군”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탄식과 당장 목숨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희망도 안 보이는 나무를 심으라고 강요하니 누가 좋은 일이라며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는가. 오랜 기간, 그 무슨 일을 해도, 모든 것이 “희망”이 없다는 경험을 체험했기 때문에 그저 ‘또 하는 구나’ 하는 생각뿐이다. 북한 주민들은 ‘희망이 없다’며 자포자기(自暴自棄)인데 오히려 한국 주민들이 북한의 산야를 걱정한다. 산림분야 전문가들, 금강산을 비롯해서 북한에 다녀온 사람들, 조 중 국경에서 북한의 민둥산을 본 이들은 한결 같이 북한의 인민들처럼 헐벗어 버린 산야에 대하여 가슴 아파하고 있다.

얼마 전, 좋은 벗들의 주최로 열린 “북한 인권과 한반도의 평화”라는 토론회에서 “북한 식량난 원인의 한가지는 산의 황폐화이며, 나무를 심어 키우자면 30년이 걸린다”면서 “북한의 식량난 해결은 나무를 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회자의 주장에 반박하던 탈북 작가 최진이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회자는 북한에 황폐화된 산림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하도 대책이 없어 북한의 식량난과 결부 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 간 북한에서 살면서 생활을 체험해온 탈북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마도, 최진이 씨는 북한의 나무심기 운동은 허례허식(虛禮虛飾)에 불과 하다는 본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럼 한 번 보자. 북한에서도 주변국들처럼 봄철에 나무심기를 한다. 그것도 전 군중적 운동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전 군중적인 나무심기를 진행하는 북한의 산들은 민둥산으로 점점 더 황폐화되어 가고, 나무 심는 시늉도 별로 없는 주변국들의 산들은 세월이 흐를수록 숲은 더욱더 우거져간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놀라는 것들 중의 하나가 남한의 산과 들에 우거진 숲이다. 북한당국처럼 주민들을 들볶으며 나무를 심으라고 요란하게 떠들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생각나는 말이 “빈 달구지 소리만 요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번 호에서는 북한의 나무심기 무엇이 문제인지, 북한 주민들의 나무 심기에 대한 생각들을 살펴보자.

북한 식목일은 3월 2일

북한에도 남한처럼 식목일이 있다. 해방 전에는 조선총독부가 4월 3일을 식목일로 정했다. 해방 후에는 남과 북이 제각기 식목일을 정했다. 남한의 식목일은 4월 5일이지만 북한은 3월 2일이다. 1998년까지 북한의 식목일은 4월 6일 이였다. 1947년 4월 6일 김일성이 평양시에 소재하는 문수산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날을 나무를 심는 것으로 뜻 깊게 기념하는 명절이라고 ‘식수절(植樹節)’이라 부른다.

김일성이 사망한 후, 1999년부터는 3월 2일을 식수절로 정했다. 그 이유는 김일성, 김정일?김정숙등 이른바 3대장군이 함께 모란봉에 올라 식수를 했다는 것이다. 더 본질적으로는 김일성이 식수한 날보다는 그 날 김정일이도 부모들을 따라 함께 식수했으므로 김정일을 부각시키려는, 김정일 우상화의 의도가 숨 배여 있다. 그 무엇이나 우상화에 치중하는 북한 식 발상이라 하겠다. 따라서 나무를 심는다는 순수한 의미도 서로 다른 체제의 색상을 띄게 된다. 북한에서 우상화 색채는 둘째치고 고쳐야 할 고질적인 허풍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김정일 정권은 그 무슨 일을 벌려도 질적 측면보다 양적 측면만 먼저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김정일 우상화를 위한 선전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세인들을 당혹하게 하는 이상한 선전들을 많이 한다. “북한 인권과 한반도의 평화” 토론회에서 사회를 담당했던 모 선생은 지난 2월 평양시 서성구역 닭공장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먹을 식량도 없는데 닭을 어떻게 사육하는가”고 북한 관리에게 물었다고 한다. 북한 관리는“당의 특별배려에 의하여 닭들에게 ‘콩비지’를 준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더란 것이다. 너무도 어이없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북한에서 외부사람들을 당혹시키는 이상한 선전이라 하겠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고 있는데 닭에게 콩비지를 먹이고 있으니 말이다. 참가자들은 어떻게 이해했는지 딱히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것에 관련된 사실을 알고 있다.

얼마 전에도 김정일이 만경대 구역 ‘만경대 닭 공장’을 시찰하면서 “닭 공장을 현대적으로 잘 꾸리라느니, 닭을 많이 기르라느니”지시를 한 결과, 그를 집행하기 위하여 사람은 굶어 죽어도 닭에게는 특별배려로 콩비지를 먹였다. 한가지 더 실례를 들어보자. 모 일간지 에는 이것과 관련된 북한의 뉴스를 그대로 전한 기사가 실렸다. 북한에서는 조류독감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북한의 통일신보 최근호(2.28)를 인용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수의방역체제와 예방의학을 중요시하는 북한의 보건제도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수의방역체계가 우월한 양 당당히 보도했다. 그 뉴스를 보면서 필자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조류독감의 병원체인 인플루엔자(influenzas)가 숙주 할 곳이 없는데 조류독감이 발생할 수도 없지 않는가”라고 말이다. 북한에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숙주 할 닭이 별로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 기사를 보면서 정말 북한에는 동물 전염병의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조류독감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 할 것이다. 역시, 식수(植樹)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얼마 전 모 일간지 기사에는 “북한에서는 1999년에 6억 그루, 2000년에는 8억 그루 발표하는 등 해마다 수억 단위의 식수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북한동향 분석자료에 따르면 나무심기는 목표의 50%에 수준밖에 안 된다고 발표했다. 선전만 굉장히 할 뿐, 실속은 없다는 분석자료다. 원래 봄철에 나무심기를 권장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땅이 녹는 이른봄에 나무를 심는 것이 나무의 성장에 좋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일본, 중국 등 북한의 주변국들에서는 땅이 녹는 날짜를 타산하여 식목일로 정한다. 한국의 식목일은 4월 5일, 일본의 식수제는 4월 4일, 중국의 식목절은 3월 12일이다. 그런데 북한의 식수절은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3월2일이다. 왜 이 날을 식수절로 했을까? 결국은 김정일 때문이다. 김정일을 끼워 넣기 위해 날자도 3월초로 옮기고, 이날 아버지 김일성과 함께 나무 심으러 갔다는 이야기도 만들어 냈다. 식수절도 우상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확연히 보인다. 북한에서 3월 2일 경에는 함경북도, 양강도 등 북부지역들에는 눈도 채 녹지 않은 상태이고 평안남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도 역시 땅이 녹지 않은 상태다. 필자도 학생시절, 4월6일 평안남도 지역에서 산에 묘목을 심으며, 언 땅을 파헤치느라고 고생하던 일이 얼른거린다. 4월 6일, 나무심기에 적합한 지역은 평양을 비롯한 황해도 지역의 일부 양지쪽이 적지다. 필자는 1986년 한해 동안 평양 만경대 구역에서 대동강 호안 공사에 참가했었다. 당시,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의 일환으로 4월 6일 식수절에 만경봉에서 나무를 심던 기억을 해본다. 그곳에서 나무를 심어보면 원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나무 심기에 적합하다고 대뜸 알아차릴 수 있다. 식수절을 계기로 나무심기가 9개 도,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기는 하지만 기후관계로 평양시나 황해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일축될 수밖에 없다. 언 땅을 파헤치고 나무를 심었다 한들 살아남는 나무가 얼마나 될까. 결론적으로 3월 2일 북한의 식수절 조차 김정일 우상화 선전용으로 활용하는 것 외, 다른 뜻이 없다는 말이다.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의 나무심기

북한의 일반주민들의 나무심기가 남한의 TV에 소개되듯이 이상적인 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몇 일 전, 신문에 북한 김정일이 '오중흡7연대’ 칭호를 수여 받은 조선인민군 제272부대를 최근 시찰한 후에 장병들과 함께 부대 뒷산에서 식수하는 사진이 실렸다. 은 김정일이 땅에 삽을 푹푹 박아대는 모습이다. 북한에서 가장 이상적인 식수 행사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일반 나무심기에 동원되는 주민들은 노역이라는 개념이 있어 매우 신경질적이다. 그래서 일반 주민들의 심기를 뒤트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식수에 참가하는 과정에 일반 기관과 권력기관, 일반주민과 권력자들 사이에 잇속 챙기기가 벌어지고 자존심까지 구겨지는 일들이 벌어진다.

북한에서 산림 경영의 행정기관은 각 도, 시, 군(郡)의 살림경영소다. 산림경영소에서는 봄철 식수절을 대비해 묘목(苗木)을 준비해 놓고 있다. 또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들에 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임지(林地)를 구역별로 정해준다.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의 관리 일꾼들은 좋은 임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부업농사를 해서 곡물을 수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임지에 심은 묘목을 관리하는 조건으로 콩이나 팥 등 키 낮은 작물 농사를 해서 종업원들이 나눠 먹도록 했던 것이다. 따라서 묘목 주위 30㎝이상에는 위와 같은 곡물을 심을 수 있다. 식량이 턱없이 부족한 주민들은 묘목을 심고 가꾸는 것을 구실로 곡물을 심을 수 있는 조건이 생겨난 것이다. 나무를 심어 키우는 것보다 곡물을 재배하는 것이 주목적이니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지역 이여야 하고 토질도 좋아야 하며, 위치, 역시 편리해야 할 것이다. 살림경영소에서 이런 지역을 선택 받자면, 권력 있고 먹을 알 있는 직장(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직장)들이 선택의 여지가 있다. 위와 같은 기관, 기업소는 시당, 군당, 인민 보안부, 보위부, 행정위원회 등 권력기관과 5호관리부, 외화벌이 사업소, 식당, 상점들이다. 산림경영소의 간부들도 당이나 권력기관에 의해 통제되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그 뭔가 좀 받아먹자면 생필품이나 식품을 취급하는 먹을 알 있는 기업소를 대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타 권력도 없고 바칠 것은 더욱더 없는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는 농사도 할 수 없는 산새가 험하고 비탈진 곳에 임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혹시, 남한주민들은 그러면 임지를 받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식수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김정일의 지시기 때문이다.

권력기관의 종업원들은 좋은 임지를 받아 부대기 농사를 잘도 해먹지만, 나무조차 심기 어려운 곳에 임지를 받은 힘없는 기업소 종업원들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런 곳에는 곡식이든, 묘목이든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이런 곳에는 묘목을 심어도 자라지 못하고 곧 죽고 만다. 물론 임지에 심은 묘목을 죽인 기업소 간부들은 산림경영소 관리 일꾼들의 보고서 작성 여하에 따라 작임 추궁을 받지만 그때뿐이다. 권력기관들도 사정은 같기 때문이다. 권력기관에서는 종업원들을 동원하여 식수절을 계기로 이깔나무, 잣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적지(適地)별로 묘목을 심는다. 일단 묘목을 심은 다음에는 관심이 없다. 종업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콩 농사, 팥 농사에만 관심이다. 문제의 본질은 임지에서 묘목이 죽어야 다음해에도 묘목을 다시 심는 다는 핑계가 있고, 묘목 관리 보다는 곡식 재배에만 관심을 두고 일하기 때문에 묘목이 잡풀과 함께 뿌리 채 뽑혀 나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의 주민들에게 나눠진 묘목은 북한의 TV에 주민들이 나무를 심는 장면과는 정반대다. 묘목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잡풀에 가리우면 웬만한 정성이 없이는 가려보기 어렵다. 또한 국가적으로 수많은 자금을 들여 묘목을 키워 왔다지만, 이들을 잘 키운다고 본인들에게는 전혀 이익이 안 된다. 사람에 의해 길들여진 생물은 그 정성에 따른다. 정성이 없이 내버려진 묘목들이 살아나면 얼마나 살겠는가. 따라서 그 어느 임지를 가봐도 심은 묘목이 살아나는 율은 10%도 되나 마나 하다. 설사 묘목이 살아났다고 해도 어서 죽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손길에 못 이겨 1년 후에는 다시 죽어버린다. 결국 수십 년 간 묘목을 심어 왔지만 자라는 나무는 없고 매해 옮겨 심은 묘목만 눈에 보일 뿐이다. 이렇게 해마다 한 곳에서 묘목을 심고 뽑아버리고 곡물을 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학생들의 나무심기

북한에서 나무심기는 학생들이 주력이다. 협동농장 강냉이 영양단지 모를 주로 학생들이 옮겨 심는다 하여 ‘학생 단지’로 불리듯이 묘목도 ‘학생 묘목’이라고 부른다. 남한의 학생들은 ‘공부하는 학생들이 무슨 노력동원이냐?’ 의아하게 생각 할 수 있고, 친북 분자들은 ‘북한에서 소년 노동이 없어진 지가 언제인데, 노력동원이냐’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북한의 학교들은 “소년 노동 단체”나 같다. 농촌지원을 비롯해서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노역에 학생들을 동원시키는 것이 관례화 되어있다. 그것은 김정일의 지시로부터 비롯된다. 실례를 들어 김정일이 1984년 11월 19일 전국국토관리부문 일꾼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국토관리사업을 개선 강화할 데 대하여”의 내용을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김정일은 “기관, 기업소와 협동단체들에 조림구역을 정해 주고 나무를 책임적으로 심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로청 조직들과 학교들에서 사로청림, 소년단림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을 적극 벌려 나무를 더 많이 심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을 사회노동에 동원시키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고등 중학교, 인민학교들에 산림을 맡겨준다. 이것이 ‘소년단 림’ ‘청년 림’이다. 또한 철길 주변도 학생들은 왜싸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등 키 낮은 나무심기를 담당하고 있다. 소년단 림, 청년 림에는 주로 잣나무, 호두나무, 기름 밤나무 등 기름나무(씨앗이나 열매에 기름이 많이 들어 있는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나무들의 묘목은 흔치 않다. 잣나무 묘목이 고작이다. 식수절에 학생들은 한 사람 당 80~100그루의 묘목을 안고 산에 올라 가을에 파놓았던 나무 구덩이에 대충 심어버린다. 규정대로 묘목을 심는다면 먼저 나무뿌리가 굽어지지 않도록 곧게 펴고 다음 보드라운 흙으로 덮어준 다음, 주변의 거친 흙으로 묻고 꽁꽁 다짐을 하여 뿌리가 뽑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험한 산 판을 헤매며 그 많은 나무를 규정대로 심자면 하루 시간이 모자란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것을 하루에 무조건 다 심도록 독촉한다. 계획대로 묘목을 심자면 대충 대충이 상책이다. 누가 심어놨다고 표기되는 것도 없고 또 일일이 따라 다니며 감시하지도 않는다. 마음이 곧지 못한 어떤 학생들은 한 구덩이에 여러 개의 묘목을 심어서 나무심기 계획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억지로 심은 나무들이 살면 얼마나 살까? 다음해에 가면 모두 죽은 묘목이다. 그러면 또다시 심는다. 역시 악순환이다.

김일성은 “나라의 나무 한 포기, 풀 한 포기라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애국자다”고 주민들에게 수년 동안 지시하고 교육해왔지만 산에서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남한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민둥산은 1970년대의 다락 밭 건설이나 땔나무로 인해 나무를 마구 베어낸 데 있다지만 그보다 못지 않은 원인은 관리체제에 있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식이 없는데 있다. 명령주의적인 사고 방식에 젖어있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무심기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상식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나무심기에서 보다시피 조국과 인민이 일개인을 위해 복무하는 강압적인 복종의 원리로는 애국심을 발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애국심의 발현은 국민을 위한 민주적인 올바른 노선과 정책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