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북한의 핵, 미사일, 에너지난에 대한 몇 가지 질문과 대답

이광백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는 북한문제와 관련한 주요 질문 사항과 이에 대한 답변을 한데모아 ‘북한민주화운동 주요 쟁점집’(가칭)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1. 왜 미국은 수천 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북한은 한 발도 못 갖게 하는가?

북한의 핵개발을 문제삼는 것은 NPT(핵확산금지조약)체제에 근거한 것입니다. 지난 1969년 UN총회의 결의를 통해 출범한 NPT체제는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이면서 동시에 기존 핵보유국인 미국,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등 5개나라 외에는 핵보유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NPT체제는 기존 핵보유국외에 경쟁적인 추가적인 핵개발이 이루어져 지구적 차원의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신 기존 핵보유국은 NPT에 가입한 비핵보유국에 대해 선제핵공격을 못하는 의무를 갖게됩니다. 현재 NPT에는 184개국이 가입하고 있으며,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했다가 작년말에 탈퇴하였습니다.

기존핵보유국의 핵무기를 줄여나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전세계의 비핵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동시에 추가적인 핵보유국이 출현하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한만큼 NPT체제는 의미가 큽니다. 따라서 NPT체제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미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명백히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의 핵보유는 동북아의 핵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주변강대국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보유는 그 일차적인 공격대상이 되는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은 이미 원자력발전을 통해 다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기술력도 갖춘만큼 마음만 먹으면 핵개발은 당장 가능합니다. 대만 또한 북한의 핵보유를 빌미로 중국본토를 겨냥한 핵개발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만도 역시 일본처럼 언제라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핵개발은 테러단체나 분쟁국가들에게 북한의 핵물질이나 무기가 유출될 위험 때문에 미국 등은 더 예민하게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돈이 되는 거라면 미사일은 물론 마약까지 수출을 하고 있는데, 핵무기는 특별히 수출을 자제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3자회담에서 스스로 미국에게 핵물질의 수출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상투적인 협박이겠지만, 한낱 허풍으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이번 북한의 핵개발 추진은 약속을 어겼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보아야 합니다. 북한은 우선 NPT에 가입하여 핵개발을 안 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후 두 번에 걸쳐서 북한의 비밀핵개발이 문제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지난 1992년 남북한은 비핵화공동선언을 하여 핵개발은 물론이고 핵재처리 시설 또한 보유하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방적으로 이 약속을 어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당시까지 추진했던 핵개발을 포기하기로 약속했고, 그 대가로 한미일등은 전력생산 지원 차원에서 경수로 건설을 해주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2002년 10월 미국의 켈리 국무부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북한은 우라늄농축방식의 핵개발 추진 사실을 시인하여, 제네바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처럼 북한은 여러차례에 걸쳐 핵개발을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뒤에서 몰래 핵개발을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북한 자신이 핵개발을 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북한 핵보유의 문제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밀 핵개발을 들키게 되면 북한은 그때 가서야 여러 가지 억지를 부려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라늄농축 방식의 핵개발에 대해서는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북한은 적어도 1998년에 이 방식의 핵개발을 추진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당시엔 아직 부시가 당선되기도 전입니다. 결국 부시당선과 그의 대북 강경책을 미리 예상해서 다시 핵개발을 추진했다는 웃지 못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2.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 위해 전쟁을 할 바에는 차라리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북한의 핵보유를 막기 위해 전쟁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이라크전쟁과는 달리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고, 강대국들 사이의 갈등관계가 전쟁의 양상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전쟁으로 인해 우리국민들의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전쟁이 아닌 방법으로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핵과 관련된 전쟁가능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우선 북핵을 저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북한을 달래가면서 다루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자 전쟁까지 불사하는 위험한 정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나서서 이를 저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허용해주자는 결론으로 쉽게 이를 수 있게 됩니다.

먼저 북한 압박이 북한의 도발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알아보면, 북한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북한은 여러차례에 걸쳐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보리 상정이나, 경제제재 등의 대북제재가 취해지면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남한을 인질로 삼아 협박을 가하는 수법인데 실제 북한이 대북제제를 계기로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명분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자살 행위에 불과한데, 김정일이 모든 것을 잃게되는 이런 모험을 할 수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이런류의 공갈 협박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유명합니다. 지난 6자회담이 끝나고 북한이 회담 무용론을 선언하자, 이구동성으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수법이라고 평가할 정도입니다. 그 어떤 나라도 북한의 회담무용론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마치 양치기 소년의 이솝우화처럼 북한이 너무 자주 이런 수법을 쓰다보니 이젠 누구도 믿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한의 이런 협박이 남한에서는 여전히 통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미국이 전쟁불사정책을 갖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알아봅시다. 부시행정부는 모든 수단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통해 군사적 대응을 시사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3자회담을 통해 대화국면이 조성된 이후에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여하튼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저지를 위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려면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합니다. 우선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내지는 묵인이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로는 한국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북한의 반격을 허용하지 않는 철저하고 신속한 타격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세가지의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의 논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전쟁 적극론은 아닙니다.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 ‘북한이 끝내 핵무장화로 가는 경우’에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수준의 입장입니다. 즉 군사적 수단을 실제로 동원하지 않더라도 대북 협상전략의 일환으로 군사적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에게는 당연히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벌이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어야 합니다. 북한이 핵과 관련하여 쓰고 있는 벼랑끝 전술이란 결국 협박전술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평화적인 해결만을 추구한다고 공언하면 북한은 오히려 협박의 강도를 더 높이게 됩니다. 온건파로 알려진 파월 국무장관까지도 “미국의 협상카드를 사전에 무력화(無力化)하는 외교방식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제재를 언급하거나, 실제로 어떤 압박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입니다.


3.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게 왜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더라도 미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것이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에게 해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은 동족을 향해서는 핵무기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핵무기는 1945년에 쓰여진 것을 빼면 한번도 실전에 이용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도 그 어디를 향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북한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면 한미연합전력의 반격으로 인해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핵무기는 그 속성상 사용할지 모른다는 위협효과가 매우 큽니다. 핵무기의 이 매력 때문에 분쟁을 겪는 여러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최소한 10기 이상의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우선 인접한 남한은 대북핵위협 때문에 북한의 부당한 요구나 압력에 대해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은 '서울 불바다' 발언 등 아주 빈번하게 남한에 대해서 전쟁위협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보유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북의 핵보유는 '핵위협'을 통한 대남 협박과 공갈이 먹히게 만들어, 남한국민이 북한 핵의 인질로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의 핵전쟁 위협에 겁을 먹는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한 궁극적으로는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만일 위협이 말로 그친다면, 핵보유의 실익을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 1%라 하더라도 북한의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 경우에 핵무기는 어느 곳에 사용될까요? 한국, 일본, 미국 세나라가 될 텐데, 미국에 대해서는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이 개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만큼 한국과 일본이 그 대상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자국민 300만을 굶겨 죽인 김정일이 동족이라는 이유로 남한국민을 동정하여 핵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기대일 뿐입니다.

북한이 미국과 맞서기 위해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북한이 핵무기 몇 개를 가지고 세계최대의 핵강국인 미국과 대결한다는 것은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한과 일본을 핵인질로 삼아 미국에게 대항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세계경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일 두나라가 북한의 핵인질로 되면 미국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에게 인질이 된다는 사실도 모른채, 북한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걸린 것입니다.


4.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소해주면 북한은 핵개발을 포지하지 않겠나?

한미일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에너지 지원을 해 주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에, 공은 북한에게 넘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서 두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는것인가? 둘째 에너지 지원을 해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우선 북한의 핵개발 포기와 에너지 지원이 연계되는 이유부터 알아봅시다. 북한은 지난 90년초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에 있는 원자로가 핵개발 용도라는 의혹을 제기하자 전력생산용이라고 반박하였고, 북미제네바협상에서도 평화적인 목적의 원자력 개발이라는 주장을 펴게 됩니다. 본래 원자로란 전력생산용도로 쓸 수도 있고 동시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추출하면 언제든지 핵무기 개발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조사를 해본 결과 북한이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핵개발을 했다는 근거는 매우 희박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북한이 IAEA에 신고한 원자로는 모두 3개로 5MWe급 원자로와 50MWe급, 200MWe급 원자로입니다. 이 중 50MWe급과 200MWe급은 공사중이었는데, 1994년 제네바 협정에 의해 건설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원자로는 전력생산용으로 보기에는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송전설비를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방사화학실험실은 실험실이 아니라 대규모 공장이라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여하튼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포기의 대가로 한미일등이 1,000M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미국이 매년 50만톤의 중유를 제공하는 등의 에너지 지원을 해주는 제네바합의를 해주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위해 원자로를 건설했다는 사실이 명백했지만, 북한에게 핵포기의 명분을 준 다는 차원에서 커다란 양보를 한 것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끝났다면 북한이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고자 원자로를 건설했고, 그 과정에서 핵개발 유혹도 느꼈다는 정도로 정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다시 비밀 핵개발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주장의 신빙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것입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한미일등이 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는 와중에 북한이 다시 핵개발을 추진했기 때문에 에너지 확보를 위해 핵에너지 기술을 개발했다는 북한 주장은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거짓말임이 명백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다시 에너지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상 제네바합의가 이루어진 지난 1994년부터 지난 8년여 동안 에너지 지원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해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볼 때 북한은 핵보유 그 자체에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핵개발이 들키게 되면, 핵포기를 조건으로 이런저런 대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애초부터 이런 대가를 노리고 핵개발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제적 압력때문에 핵을 포기해야 한다면 최대한 많은 대가를 얻어내고 보자는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고, 핵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는 인정을 받아낸다는 차원에서도 에너지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실제로 포기한다면, 북한의 경제재건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에너지 지원문제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에너지 지원에 만족하고 핵을 포기할지 여부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5.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미국은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 동기에 대해 미국으로부터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포기를 하려면 미국의 체제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기 때문에 미국이 문제삼는 것이지, 북한이 가만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위협을 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여하튼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해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미국과 주변강대국들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향후 태도를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체제보장은 원칙적으로 외부에서 해줄 수 없는 것입니다. 주변국들이 불가침으로 표현되는 대북 군사적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정도는 가능하나, 체제를 보장해줄 의무도 없을 뿐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예컨대 북한의 다수주민들이 김정일 체제를 반대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려고 하는데 외부에서 이를 막을 권리는 없는 것입니다. 한 나라의 체제나 정권은 오로지 그 나라 국민들이 선택하고 보장해줄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체제보장이라는 표현은 안전보장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안전보장과 관련하여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불가침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공개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불가침 문제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북한은 불침공 의사를 구두로 또는 행정부의 문서로 약속할 수 있다는 미국의 답변에 대해 반드시 미의회에서 법률적 구속력을 지닌 조약의 형태를 요구해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행정부의 대북 불가침 약속에 대해 의회의 결의로 보증해주는 정도까지 양보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의회의 비준이 요구되는 불가침조약은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기 때문에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불가침조약이란 언제든지 휴지조각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차대전을 앞두고 독일과 소련은 불가침조약을 맺었지만, 히틀러는 이를 무시하고 소련을 침공하였습니다. 베트남의 평화협정도 좋은 사례입니다. 1973년 베트남에서의 전쟁종결과 평화회복에 관한 '파리협정'이 미국, 남베트남, 북베트남, 베트남 남부 공화임시혁명정부의 4자간에 체결되었지만, 미군이 철수하자 북베트남은 이를 어기고 남베트남을 공격하여 결국 통일을 이루어 냅니다.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와의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에 대해 부정적인 전통을 갖게된 것은 베트남에서 속은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장애는 북한이 조약의 형태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조약이든 선언이든 불가침이란 어느 일방에 의해 항상 파기될 수 있기 때문에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아무리 고집을 피워도 미국의 불가침조약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꾸 조약체결을 고집한다면 무언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핵포기를 안하려는 구실을 찾는 것일 수도 있고, 핵과 관련된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려는 홍보전에 대한 관심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6자회담에 참가하는 다른 5개국이 북한에 대해 다자방식의 안전보장을 해주고, 여기에 미국도 참가하면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다자가 보장해주는 방식이 쌍무적인 방식보다 오히려 더 신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런 방식의 대북 안전보장을 해주는데 별다른 장애가 없기 때문에 이제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일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6. 세계 제1위의 무기수출국은 미국이다. 미국은 마음대로 무기를 수출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왜 막는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은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해 1987년 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서방7개국(G-7)에 의해 설립된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근거하여 관련국들이 문제삼고 있습니다. MTCR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달리 국제적인 조약은 아니지만 2001년 현재 한국을 포함해 33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미사일은 핵무기나 생화학무기등 대량살상무기(WMD)를 멀리 운반하여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통제체제를 만들어 논 것입니다.

현재 북한은 연간 100여기의 스커드 미사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에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 중동과 서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백기의 미사일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98년에는 일본을 향하여 태평양상에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단행하여 일본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후 200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유렵연합(EU) 대표단에게 미사일 발사를 2003년까지 유예한다고 밝히고, 대신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우려하고 있는 대목은 지역내에서 테러집단에 대한 지원을 하거나 호전적인 나라에 미사일을 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미사일은 핵무기의 발사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개발문제와 직접 연관되어 있습니다. 즉 미사일 개발능력은 핵능력의 일부로 간주되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그 최종목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입니다. 미국본토를 직접 공격 가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개발로 인해 미국과 북한은 미사일수출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협상을 벌여왔는데 미사일수출포기의 대가로 막대한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에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별 진전은 없습니다.

9.11테러 이후에는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이 테러집단에게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록 북한이 현재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 유예를 선언해 놓고 있지만 북한의 기술협력을 받은 다른 나라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거나 원격 측정으로부터 얻은 자료나 정보를 공유할 경우 북한은 결국 거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북한과 시리아의 연계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데 미국무부의 볼튼 차관은 시리아는 탄도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려 하고 있고 급진 이슬람 테러단체와 연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국제안보와 미국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미사일 수출을 통해 국가 수입의 상당한 부분을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북한체제의 비정상을 말해주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경제개방을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국제교역에 참가하지 않고, 고용창출 효과도 작은 미사일산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북한이 미국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북미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그들의 주장에 불신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심지어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 발사 기술 개발을 위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