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편지
‘정리호’를 발행하며

이 지면을 통해 저는 종종 “북한이 민주화되는 날 Keys 종간호를 낼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리고 “Keys 종간호를 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Keys 종간사를 쓰는 영광이 저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제 Keys를 종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46호를 발행했던 Keys는 앞으로 세 번 ‘정리호’를 발행하면서, 49호를 끝으로 ‘종이 Keys’ 시대를 마감하려 합니다.

2000년 2월 15일 창간호를 발행했던 Keys는 ‘열쇠들’이라는 제호 그대로, 북한의 닫힌 체제를 여는 열쇠가 되기 위한 사명을 다해왔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리고 북한민주화운동의 필요성을 세계인의 가슴에 호소해왔습니다. 영어판, 일본어판으로도 발행되어왔던 Keys는 “‘북한’을 알게 되는 가장 정확하고 전 세계적인 매체”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5년 가까운 시간, 개인적 감회도 남다릅니다. 중국에서 어느 선교사에게 Keys를 받아보고는 읽고 또 읽으며 내용을 완전히 외워버렸다는 어느 탈북자, 그는 “무슨 호 몇 페이지에 있는 어떤 글”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또렷이 내용을 기억하고 있어 편집자인 저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북한에 대해 이렇게 정확히 말하고 있는 글들을 본 적이 없다”고 칭찬해주는 탈북자들을 만날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가슴 한 켠 뿌듯함이 밀려왔고,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용기를 얻는다”며 눈물 흘리는 분의 손을 꼭 잡고 저도 한참동안 울먹여 보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사연을 받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팠고, “북한의 실상에 대해 영문으로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매체는 Keys가 유일해 정책을 입안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대북정책 관련 미 행정부 관리의 이야기가 어깨를 무겁게 하기도 했습니다.

매달 Keys를 발행해야 하는 실무적 하중 때문에 정리호를 발행하는 지금 솔직히 홀가분한 마음도 있지만,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하는 후회가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46호를 발행하기까지 자식까지 키워온 Keys를 쓰다듬으며, 김정일 정권을 상대로 싸워온 지난 5년간의 전쟁이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새출발’의 각오를 다집니다.

앞서 “‘종이 Keys’ 시대를 마감하려 한다’는 말에서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이제 Keys는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 DailyNK로 흡수됩니다. 1월 1일 공식 창간하는 DailyNK에서 지난호 Keys를 만나보실 수 있으며, 지금까지의 Keys보다 더욱 풍성하고 빠른 북한관련 뉴스를 DailyNK를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Keys는 DailyNK를 통해 확대 발전할 것입니다. DailyNK에는 “‘세계최초’ 북한전문 인터넷 뉴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습니다. 그동안 ‘통일’이나 ‘민족’을 앞세운 인터넷 뉴스사이트는 많았지만 오로지 북한 소식을 전하는 것만을 사명으로 하는 뉴스서비스는 없었습니다. DailyNK는 세계최초로, 북한의 오늘을 전하는 인터넷 뉴스사이트로 여러분 앞에 다가갈 것입니다. 세계인은 이제 DailyNK를 통해 북한을 알게 될 것입니다.

3회에 걸쳐 발행하게 될 ‘정리호’ 첫 번째 순서로 그동안 Keys를 통해 연재되었던 ‘이주일의 북한이야기’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엮었습니다. 본지 편집위원으로 3년간 수고해주신 이주일 편집위원은 평안북도 □□군 출신 탈북자로, ‘북한이야기’ 코너를 통해 북한의 이모저모를 참으로 상세히 소개해주셨습니다. ‘이주일의 북한이야기’는 북한에 대해 더욱 깊이있게 알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고, 내용 중 많은 부분이 다른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편집자의 편지’를 통해 소개 드린 바 있지만 ‘이주일의 북한이야기’는 이주일 편집위원이 초고를 쓰고 제가 약간의 윤문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맞춤법 정도만 바꾸는 정도, 북한식 표현법을 남한의 독자들에게 맞게 바꾸는 정도였지 내용을 크게 바꾼 적은 없습니다. “편집자는 첫 번째 독자”라는 말이 있듯 ‘이주일의 북한이야기’는 제가 늘 첫 번째 독자였고, 혼자 사무실에 앉아 글을 고치면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특히 Keys 34호(2003년 5월)에 실렸던 <북한의 주민동원 외화벌이 실태>에 나오는 북한 주민들의 사금(砂金) 채취 장면과 36호(2003년 7월)에 실렸던 <백도라지를 고발한다>에 나오는 중고등학생들을 동원한 아편진 채취 장면은 그 모습이 자꾸 눈 앞에 아른거려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어야만 했습니다.

‘이주일의 북한이야기’에 연재된 모든 글을 한데 모으고 싶지만 지면 관계상 인권문제와 직접 관련된 글만 골라 엮었습니다. 그동안 북한 실정이 약간 바뀐 부분이 있지만 내용상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혹시 여기에 실리지 않은 글을 보고 싶으면 DailyNK를 찾아주십시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