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 평안남도 출신 탈북인인 이주일 편집위원이 <북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북한이야기는 독자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북한의 이모저모를 알기 쉽고 상세하게 풀이해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부탁드리며, 북한에 대해 알고 싶으신 내용이
있으면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자
봄바람과 더불어 선거의 열풍이 불고 있다. 국민에게 인정받으려고 목에 핏대를 세워 연설하고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남한의 정당 후보자들을 보며 북한에도 과연 선거라는 것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게된다. 물론 북한에도 선거제도는 존재한다.
소년단 간부선거, 김일성주의청년동맹 간부선거, 근로단체 (사회주의직업총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민주여성동맹) 간부선거,
노동당 간부선거, 나아가서는 지방 및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 등 소년조직으로부터 주권기관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인 선거는
진행된다. 그렇다면 어떤 형식과 방법으로 진행할까? 선거 방법과 조직별 간부선거의 특성과 그 역할에 대하여 보기로
하자.
■ '소년단' 간부선거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인민학교 2학년(9세)부터 「소년단」조직생활을 하게된다. 인민학교는 학교마다 ‘소년단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는데, '단위원장' 1명을 두고 학급마다 '단위원' 1명씩 선출한다. 학급에는 분단위원회를 구성하여, 분단위원장
1명, 부위원장 2명, 분단위원 2∼3명을 선출한다. (부위원장중 한 명은 조직담당 부위원장, 다른 한 명은 사상담당
부위원장이다.)
선거는 1년에 한 차례씩 담임교사의 지도 하에 정기 총회에서 진행한다. 담임교사는 마음에 드는 학생을 지명하여 학교
당조직의 비준을 받아 형식적인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담임교사는 회의 시작 전 몇 명의 학생들을 불러다 놓고 <
○○○ 동무는 경애하는 김일성대원수님과 위대한 김정일원수님의 말씀대로 학과학습에서 모범적이므로 이 동무를 분단위원으로
추천할 것을 제의합니다 > 라고 쓰인 쪽지를 나누어주며 회의 때 발언하도록 지시한다.
회의가 시작되면 순서에 따라 분단위원선거가 진행된다. 쪽지를 받은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지시대로 어김없이 일어나 ○○○
동무를 분단위원으로 추천할 것을 제의한다. 제의는 반대의견 없이 그대로 접수되어 4∼5명의 분단위원으로 ‘제1차 위원회’를
가진다. 1차 위원회에서 위원장, 부위원장을 선거한다. 물론 담임교사가 “○○○ 동무를 위원장으로 선거하는데 반대하느냐
찬성하느냐”를 거수로 결정짓는다.
이렇게 선거된 분단위원장은 담임교사의 지시대로 '김일성·김정일 동지 어린 시절을 따라 배우는 학습회', 생활총화를
비롯한 학급의 각종회의를 주관하며 개별적 학생들에게 조직 분공을 주고 총화를 진행한다. 부위원장은 학급장으로 집단등교를
비롯한 대열 조직 일을 담당한다.
단위원 역시 당조직의 승인하에 전체 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소년단 지도원(교사)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선출한다. 그런데 소년단 간부는 어떤 학생들이 선출될까? 교사의 입장에서 볼 때 담임학급의 소년단 간부선발 문제는
자신의 교사생활과 나아가서는 정치생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주는 심중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소년단 간부는
자신의 정치생활을 직접적으로 지도 통제하는 사람인 당 간부들의 자녀이고,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 등 경영관리를 운영하는
행정간부들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 자신이 보다 쉬운 조직생활을 원한다면 당 간부의 자녀를, 물질생활을 원한다면
행정간부의 자녀를 선출하는 것이다. 노동자, 농장원을 비롯한 일반주민들의 자녀들은 능력이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제외된다.
■ '김일성주의청년동맹' 간부선거
고등중학교 2학년(14세)가 되면 소년단 조직생활을 마치고「김일성주의청년동맹」에 의무적으로 가맹한다.
① 고등중학교에서의 청년동맹 간부선거
고등중학교 청년동맹 단체는 학급을 '초급단체', 학교를 ‘초급위원회’로 구성하고, 시·군 김일성주의청년동맹 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조직활동을 하게된다. 학급마다 구성되는 초급단체에는 초급단체위원장 이하 부위원장 2명 위원 2∼3명이
있다. 학교마다 구성되는 초급위원회 역시 위원장, 부위원장 2∼3명, 학급마다 1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간부선거는 1년에 한차례씩 진행하는 청년동맹 정기총회에서 소년단 간부선거와 같은 방법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여기서도
담임교사는 사전에 쪽지를 나누어주는 것을 잊을 수 없다. 회의 준비를 그렇게 하도록 전통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개별적인
청년동맹원들은 선거할 권리와 선거 받을 권리만 명시되었을 뿐 선거된 간부들에 대한 반대의 권리는 의미가 없다.
선거된 초급단체위원장들도 역시 청년동맹 책임지도원과 담임교사의 지시하에 '김일성·김정일 동지를 따라 배우는 학습회',
생활총화, '당의 지시 관철을 위한 각종 총회', 개별적 동맹원들에게 조직 분공을 주고 총화를 진행하게 된다
그럼 고등중학교 청년동맹 간부로 선출된 학생은 또 어떤 학생일까? 고등중학교 학생이면 사물에 대하여 어느 정도 보고
듣고 느낄 줄 안다. 따라서 교사나 당 조직에서는 학생들의 동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학생들의 동향을 참고로 하되
어디까지나 출신성분이 좋고 발전성이 있는 학생들을 선발한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할 경우 학생 간부가 집단의
따돌림(왕따)을 당할 수 있고 그렇다고 평범한 가족의 자녀를 선택하면 앞으로의 발전전망이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제자들을 훌륭한 인재로 키우고 싶은 마음은 그 어느 사회나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출신성분에
따라 일개인의 발전전망이 결정되므로 같은 값이면 걸릴 것이 없는 학생들을 선출한다. 따라서 출신성분이 좋은 당간부,
보위부원, 보안원, 행정간부 자녀들이 선출되는 것이다.
② 대학에서의 청년동맹 간부선거
대학의 청년동맹간부선거 역시 고등중학교의 청년동맹간부 선거절차와 같다. 그러나 약간의 차이점이 있는데 초급단체위원장
이하 간부선발은 담임교수의 주관 하에 ‘대학 당 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학부이상 학부위원장(초급위원장)은 금성정치대학이나
사범대학 청년동맹반(3∼4년 과정)을 졸업한 ‘유급(有給)일꾼’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1990년까지만 하여도 학부위원장(초급위원장)은
대학생들 속에서 선출하였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대학생들 속에서 민주화운동과 반정부 시위가 고조되자 대학생들의
조직 사상적 통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유급일꾼을 선발 배치한 것이다.
이들은 도당위원회 간부과(幹部課)에서 배치한다. 대학 김일성주의청년동맹 위원장도 역시 당원으로써 대학 초급당위원회
위원으로 도당 간부과에서 선발 배치하여 개별적 대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도록 한다. 따라서 대학 김일성주의청년동맹 위원장,
학부위원장 선거는 대학생들이 할 수 없다.
그럼 대학에서 청년간부는 어떤 사람들이 선출될까? 대학에는 비교적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며 세계관의
골격이 서가는 지능적인 사람들이다. 따라서 출신성분은 별개로 하면서 사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접수하여 학생간부를
지명 선발한다. 대학이라도 선거 형식은 다를 바 없지만, 쪽지가 없어지고 구두(口頭)로 선출자들을 제의하도록 지명한다.
초급단체위원장은 생활총화를 비롯한 각종회의를 조직할 경우 담임교수 또는 당위원회에 시간 장소를 통보하고 원칙적으로는
담임교수나 당간부의 참석하에 회의를 진행한다.
③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에서 청년동맹 간부선거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에서 청년동맹간부 선거는 학교에서 담임교수가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달리 ‘당 세포비서’가
선발하여 초급당비서의 결정 하에 이루어진다. 초급단체위원장은 상급인 청년동맹 부문위원장과 당비서의 이중적 통제를 받으며
초급단체를 운영한다. 부문위원장은 당원으로써 당비서가 추천한다.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 김일성주의 청년동맹위원장
역시 당위원회 당비서에 의하여 선발되어 유급일꾼으로서 청년동맹 사업을 진행한다.
이때의 청년간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당원인 청년간부들은 제대군인들을 위주로 하되 초급단체위원장은 출신성분보다 주먹이
쎈 청년들을 선출한다. 노동현장에서는 주먹이 있어야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④ 인민군 청년동맹 간부선거
인민군에는 소대를 초급단체로, 중대를 초급위원회로, 대대에는 청년사업부 지도원, 사단 및 여단에는 조직부 산하 청년사업과,
군단에는 청년사업부를 두고 있다. 대대 단위부터는 유급일꾼으로 ‘김일성정치대학’ 졸업생들을 배치한다. 이들의 계급은
소위 또는 중위이다.
중대이하 초급단체나 초급위원회는 중대 정치지도원의 관할 하에 위원장을 선거한다. 군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개별적 맹원들의
하부 생활단위인 초급단체 위원장까지도 당원으로 선출하는 경우가 많다.
■ 각종 근로단체 간부선거
김일성주의청년동맹 조직생활과정에 노동당에 입당하지 못한 동맹원들은 시집, 장가갈 나이인 28∼35세가 된다. 이때에는
직업의 분류에 따라 근로단체 맹원으로 넘어가 60세 이상의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동맹 조직생활을 하게된다. 공업부문에서
종사하면 조선직업총동맹(직맹), 농업부문에 종사하면 조선농업 근로자동맹(농근맹), 가두에서 생활하는 여성은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에
소속된다.
근로단체 역시 김일성주의청년동맹의 조직체계와 같이 구성되어 있으며 초급단체 간부도 당비서의 결론에 따라 형식적인
회의를 거쳐 선출된다. 직맹은 직장단위로, 농근맹은 농장단위로, 여맹은 동단위로 위원장을 유급으로 두고 있다. 물론
이들은 당위원회에서 선발 배치한 당원들이다.
■ 노동당 간부선거
당 체계는 당세포, 부문당위원회, 초급당위원회, 당위원회, 군당위원회, 도당위원회, 중앙당위원회로 구성되여 있다.
당세포비서는 초급당위원회의 비준을 거쳐 부문당비서가 선출하며, 초급당비서 이상 유급 일꾼은 간부과 또는 중앙당 비서국에서
선발 배치한다.
노동당 간부 역시 회의에서 당원들의 투표가 진행되지만 그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당원들은 당 규약상 선거 받을 권리와
선거할 권리를 가지지만 상급(上級)당에서 결정한 이상 선거의 거부 또는 반대의사는 무의미하다. 이렇게 선거된 당간부들은
청년단체와 근로단체 조직운영까지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 대의원 선거
대의원 선거는 정치조직의 선거와는 달리 주권기관 선거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령으로 “○월 ○일 대의원선거를
진행한다”고 공포한다. 그러면 구역마다 선거분과위원회(남한식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된다. 선거위원(선거관리위원)들은
선거구역 안의 기관 기업소의 당세포비서, 부문당비서들을 위주로 인민보안원, 보위원, 직맹, 여맹의 간부들이 동원된다.
그들은 선거장을 꾸리고 유권자명부를 작성한다.
선거장(투표장)은 주로 학교의 교실 또는 기관기업소 사무실, 협동농장의 작업반 선전실로 정하고 선거함(투표함)을
만든다. 특이한 것은 선거장 출입문마다 꽃을 만들어 장식하여 기초준비를 진행한다. 유권자명부는 가두인민반을 통하여
가정마다 공민증을 거두어 명단을 작성한다. 결국 17세 이상의 공민은 누구나 유권자 명부에 올려진다.
한편 17살 이하의 청소년들은 시, 군 김일성주의 청년동맹위원회의 지시대로 학교마다 가창대(歌唱隊)를 조직하여 길거리를
행진하며 선거분위기를 조성한다. 조선중앙방송 역시 조용할 리는 없다. "○월 ○일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날이다. 모두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로" "우리의 인민주권을 반석 같이 다지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선거에
한사람 같이 떨쳐나서 찬성 투표하자!"고 연일 떠들어댄다.
대의원 선거는 도, 시, 군 지방대의원 선거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있다. 도, 시, 군 지방대위원은 주로
지방의 기관, 기업소, 협동농장의 출신성분이 우수한 노동자, 농장원(6·25전쟁 당시 피살자, 전사자 가족)들을 당에서
직접 선발한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역시 당에서 선발 배치 하지만 선발대상은 주로 1급 기관·공장·기업소의 지배인,
기사장, 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 등 행정간부들을 선발한다. 이렇게 선발된 대의원들은 각 선거분구마다 일률적으로 배치되어
찬성 투표를 밭게된다.
선거전날에는 구역 가두 인민반별로 선거위원회의 주관 하에 유권자회의를 열고
“이번에 선출된 대의원들은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의 척도가 검증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찬성 투표 할 것”을
강조한다. 선거 날이면 17세 이하의 학생들은 새벽부터 학교마다 대열을 짓고 각 선거구역들을 돌아다니며 가창사업을
진행한다. 선거장으로 모여든 유권자들은 투표차례를 기다리며 근로단체의 주관 하에 경사가 난 듯 북을 치며 군중무용을
진행한다.
투표 차례가 되어 선거장으로 들어서면 우선 선거위원회 명단에 거명된 자신의 명단을 공민증과 대조하고 거주지 인민반에서
받은 선거예비표를 선거표와 교환하여 선거실로 들어간다. 선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정면 벽에 걸려진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에
정중히 인사하고 선거안내를 하는 보위원 또는 선거위원의 안내에 따라 ‘기표소’에 들어가 두 손으로 투표함에 선거표를
밀어 넣는다. 기표소 안에는 반대표시를 할 수 있도록 연필이 주어져 있지만 반대투표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어린이들까지
알고 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은 자기가 어떤 사람을 대의원로 선거하였는지 전혀 모르면서도 마음만은 거뜬하다. 후보자를
알 필요도 없거니와 안다고 한들 반대란 있을 수 없기에 무의미하다. 선거에서 피선거권이란 있을 수 없다.
선거날 일체 출장 및 여행은 금지되며 간혹 불가피한 사정으로 출장을 떠날 경우에는 반드시 이동선거표를 신청하여야만
출장이 가능하다. 출장시 열차운행중이라면 이동선거함에 투표를 하도록 하고 있다.
오전 8∼10시경까지 선거가 이루어지고 낮 12시면 조선중앙 방송에서 선거결과를 보도한다. "인민의 혁명주권을
반석 같이 다지는 대의원 선거에 100% 참가, 100% 찬성 투표하여 우리 인민의 일심단결의 위력을 온 세상에 남김없이
과시하였다." 라고.
1970년경에 북한의 여러 선거구역에서는 반대투표를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였지만 당사자가 적발되는 즉시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였다. 1980년 초 평안남도 평성시의 어느 한 선거구역에서도 유권자 한사람이 반대투표를 하였다.
선거장에서 유권자들을 감시하던 보위원에 의해 적발된 그는 어느 날 밤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지고 말았다. 결국 그
사람의 가족들은 정치범의 가족으로 낙인 찍혀 추방되고 말았다.
이렇게 북한의 김정일은 북한사회를 당조직을 통해 ‘출신성분에 기초한 권력형 사회’를 형성하도록 조장하고 있다. 당조직들은
합법적 권리를 행사하면서 개별적 사람들의 자주성, 창조성을 억누르고 마치 개별적 주민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는
듯 대외 여론만 환기시키는 것이다. 또한 대의원 선거자체를 체제에 반대하는 불순자들을 걸러내는 시험장, 주민통제를
위한 수단, 강제로 단결의식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