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 첫 Keys를 보내는 편집자의 말
창간호(2000년 2월호)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출범한지 두 달이 가까워 옵니다. 이제야 첫 Keys를 보냅니다. 언제나 소식이 올까 기다렸던 분들께는 늦었음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월간으로 발행되는 Keys는 앞으로 매달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열쇠의 영어 복수형 단어로 제호를 정한 것처럼 Keys 한 권 한권에 실리는 편집진의 정성과,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이 어우러져 그대로 북한의 폐쇄체제를 여는 열쇠가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이라는 말에 덧씌워진 이미지만큼 나쁜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뱀보다 징그럽고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10여 년 전 시작되었던 ‘북한바로알기운동’은 이런 이미지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1988년 11월 발간 서울 모 대학의 교지에 실린‘북한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위하여’라는 글에는 이런 문답이 있습니다.

"[문] 요사이 북한에 대한 관심이 부쩍 고조되고 있는데, 북한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까?", "[답] 글쎄요. 북한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입니까?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북괴군, 쳐부수자 공산당. 그런 말을 우리는 많이 해왔습니다. 북한사람들은 붉은 털이 나고 머리에 뿔이 돋치고 커다란 발톱에 게다가 꼬리까지 달린 이상한 짐승으로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 우리는 해마다 6월이 오면 반공포스터를 그리곤 했지요. 이 그림에 우리는 빨간 괴물을 그렸습니다. (...) 우리가 통일해야 할 사람들은 북한사람입니다.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닙니다. 또한 통일은 통일에 반대하고 분단을 유지 강화시켜 나가려는 사람들과의 싸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통일해야 할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당연히 통일운동을 함께 벌여나가야 할 통일운동 주체의 절반입니다."

생각해 보면 정당하고 소박한 대답입니다. 그러나 이런 얘기조차도 목숨을 거는 비장함을 갖고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전도시켜 북한에서 ‘지상천국’을 찾고자 했던 편향까지도 ‘한국현대사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북한은 통일의 파트너이며 북한사람들도 평범한 인간이라는 그 즈음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소박한 인식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중요한 것은 형식논리에 사로잡혀 현실을 도외시했던 과오를 반성하는 것입니다. 구부러진 것을 펴려다가 부러뜨리는 과오, 쇠뿔을 자르려다 소를 죽이는 과오는 없었는지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북한이 스스로의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체제고, 무엇보다 그 지도부가 남북한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믿었다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입니다.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북한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또한 그것은 현재진행형의 비극이기도 합니다. 이 현실을 사고에서 제외시키고 북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일단 금물입니다. 어떤 정책,어떤 이론도 이 현실을 비껴갈 수는 없습니다. 북한바로알기운동을 통해 북한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얻어냈다면 이제는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악’의 실체를 직시해야 할 차례입니다. 이것을 우리는 ‘新북한바로알기운동’이라고 부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통일에 앞서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실현을 앞선 과제로 주목합니다.

Keys는 북한을 사랑합니다. 북한민중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을 사랑하는 가운데 한국의 미래를 모색할 것입니다. 이것이 곧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사랑하는 방법이며 진보를 다시 생각하는 지점입니다. Keys의 힘이 작지만 북한정권에게는 날카로운 비수가, 통일한국에는 미래로 가는 이정표가, 그리고 살을 에는 겨울을 견디고 있는 북한민중들에게는 부드러운 키쓰(kiss)와 같은 것이 되길 열망하며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