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투항하라!
35호 (2003년 6월호)

이 편지는 조명록 차수뿐 아니라 호위사령관이자 국방위원인 이을설(李乙雪) 원수, 인민보안상이자 국방위원, 조선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인 백학림(白鶴林) 차수, 인민무력부장이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일철(金鎰喆) 차수, 인민군 총참모장이자 국방위원인 김영춘(金英春) 차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용무(李用茂) 차수에게 함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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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며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조선노동당 중앙위원인 조명록(趙明祿) 차수에게.
사내로 태어나 ‘손에 총을 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은 참 해볼만 한 일입니다. 게다가 어깨 위에 별을 얹고 수천, 수만의 부하들을 호령하는 ‘장군(將軍)'이 되었다는 것은 군인으로서 최고의 영예이자 ‘사내 중의 사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명록 차수, 나는 이런 장군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는 일개 병(兵)으로 군생활을 마감했고, 나이도 당신의 손자뻘입니다. 그러나 남자 대 남자로서, 그리고 북한정권을 타도하겠다고 나선 혁명가 대 그 혁명의 대상이 된 사람의 관계로서 펜을 들었습니다. 군말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에게 권고합니다. 김정일(金正日)을 죽이십시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책상 위에, 혹은 허리춤에 차고 있을 권총 - 그 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김정일의 머리를 향해 곧장 방아쇠를 당기십시오. 그것이 지금껏 당신이 조국과 인민 앞에 저지른 죄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길입니다. 군인이 가장 군인다울 때는 정의로운 일에 총을 썼을 때입니다. 가장 비겁한 총은 자신의 이마를 향해 겨누는 자살의 총입니다. 정의의 총질을 할 것이냐, 비겁한 총을 택할 것이냐! 이런 선택의 기로에 당신은 지금 서 있습니다.

2

조명록 차수, 얼마 전 나는 중국에 있는 어느 탈북자로부터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소상히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집에 자주 드나들었던 그는 집안구조는 물론이고 가족관계까지 훤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조명록 당신 역시 수령독재체제의 피해자 중 한 사람에 불과한,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사람들은 당신을 ‘북한의 권력서열 3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정말 ‘3위’가 맞습니까? 일반적으로 어떠한 집단에서 서열이 3위라고 하면, 1위가 행할 수 있는 권한을 최소한 절반 정도는 갖고 있어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당신이나 권력서열 2위라는 김영남(金永南)이나, 김정일이 갖고 있는 권한의 절반이라도 갖고 있습니까? 아니 10분의 1이라고 갖고 있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를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과연 자유로운 사람입니까? 물론 생활의 형편은 일반 백성들보다 낫겠지만, 제가 들어보니 그래봤자 한국 중산층 정도의 생활수준이더군요. 북조선에서 그 정도면 어디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구차하게 돼지 같은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나 소중합니까? 고작 그 정도의 행복을 누리려고요? 현재 조선에서 김정일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도 그 자유롭지 못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일뿐입니다. 아니, 오히려 상층부라는 이유로 일반 백성들보다 더욱 감시 받고 있는 처지라는 것을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무엇을 망설입니까. 총을 드십시오.

3

조명록 차수, 현재 북조선이 어느 위치에 처해있는지 당신이 모를 리 없을 것입니다. 90년대 중반에 숱한 인민들이 죽었습니다. 말이 좋아 ‘고난의 행군’이지 완전히 떼죽음이었죠. 그때 김정일이 중국을 향해서라도 개방의 문을 열었더라면, 그리고 제 아비 무덤에 금칠 하는데 그 많은 돈을 탕진하지 않았더라면, 죄 없는 백성들이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아도 됐을 것입니다.
당신은 2000년 10월 김정일의 특사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적이 있고 다른 나라들도 많이 다녀봤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조선의 발전상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전세계가 나라의 문을 활짝 열고 번영과 발전의 길로 나서고 있는데, 우리 조선 사람들이 머리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천성이 게으른 것도 아닌데 왜 유독 북조선 인민들만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나요?
이제라도 개혁 개방하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당신도 알고 있을 테고, 그런데도 김정일이 왜 그것을 하지 않는지 그것 또한 당신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결국 김정일은 제 한 목숨 살자고 계속해서 온 백성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 녀석만 제거되면 모든 문제가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지금 북조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핵을 갖고 있다”고 전세계에 선포했습니다. 분명히 김정일이 내놓은 발상이었겠지요. 아마도 요즈음 술자리에서 김정일은 “미국놈들, 결국 우리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명록 차수, 냉정하게 판단해 보십시오. 김정일의 뜻대로 지금 정세가 흘러가고 있습니까? 과연 미국이 협상에 응해줄 것 같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핵을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오히려 ‘제때에 잘 걸려들었다’는 식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조선이 핵실험을 한다해도 그저 그러려니 할 것입니다. 아무리 떠들어봤자 핵은 흥정거리가 되지 못합니다. 압박의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그 뒤로는 어쩔 셈입니까? 미국하고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것입니까? 전쟁하면 이길 것 같습니까? 당신은 군인이니 그 뻔한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북조선은 수세(守勢)에 몰릴 수밖에 없고, 이제 정권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일은 미국과 전쟁할 배짱이 없겠지만 지금 미국은 김정일과 전쟁할 배짱이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보았지 않습니까. 어쩌자고 김정일이 하나 때문에 우리 민족의 죄 없는 백성들이 죽어야 합니까?

4

조명록 차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난 이라크전쟁 때 미국은 후세인과 그 아들들, 그리고 이라크 권력 상층부의 수배전단을 카드(주패) 형태로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사담 후세인은 스페이드(♠) A, 두 아들 쿠사이와 우다이는 각각 하트(♥) A, 클로버(♣) A 카드에 얼굴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추적하고, 체포하고, 살해할’ 52명의 정권 핵심 인물들이 수배되었습니다. 그들은 패전 후 착착 체포 또는 투항하였습니다. 만약 북조선을 상대로 하여 이러한 카드를 제작한다면 스페이드 A에는 당연히 김정일의 사진이 박힐 것이고, 김영남은 다이아몬드(◆) A, 그리고 조명록 당신 사진은 하트 A쯤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협박이 아닙니다.
조명록 차수, 당신의 나이가 이미 칠십을 넘었습니다. 나이든 노인에게 무례한 말일지 모르나,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있을 나이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도대체 무엇이 아깝고 두려운 것입니까? 정권이 붕괴되고 나서 인민의 돌팔매를 맞고 죽든, 김정일을 사살하려다 혹시나 실패하여 처형당하든 어차피 마찬가지 아닙니까. 당신의 가족도 그렇습니다. 조명록의 자식이라고 평생 사람들이 뱉는 침을 맞고 손가락질을 당하며 살든, 당신이 김정일을 사살하려다 혹시나 실패하여 몽땅 수용소로 끌려가든 매한가지입니다. 사람 목숨 한 번 살고 한 번 죽습니다. 당신이 어깨에 별을 얹은 장군이라면, 그 정도 결단을 내릴 배짱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선 인민의 비참한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 그것은 굳이 최신형 폭격기와 값비싼 미사일을 동원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鉛) 덩어리 아홉그램’이면 충분합니다. 연덩어리 아홉그램이 ‘총알’을 의미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총알 한 방만, 북조선의 비극을 초래하고 당신의 인생말년을 복잡하게 만든 그 인간을 향해 쏘시면 됩니다.
나는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이 편지가 조명록 차수에게 전달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겠습니다. 1호 청사(김정일 집무실)에서 들려올 총소리를 이 편지에 대한 당신의 답장으로 여기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수령독재에 협조했던 지난 과거를 관대히 용서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북조선 인민의 영웅’으로 추앙 받을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한 나라의 권력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갔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당신의 운세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허수아비 같은 권력서열 3위보다는 더 큰 뜻을 쟁취하십시오. 연덩어리 아홉그램으로 이 비극을 끝내고 투항하십시오. 그것이 이 민족을 구하는 길이고, 조선 인민을 살리는 길이며 당신과 당신 가족이 사는 길입니다.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결단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