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절 사기극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생일인 4월15일과 2월16일은 ‘민족 최대의 명절’로 불리며 2일씩을 쉰다. 특히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이라 하고, 그가 태어난 1912년은 ‘주체’연호의 원년이다. 국제사회를 향해 식량 구걸에 나선 북한의 태양절 행사만 보더라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왕조가 전세계 독재·전제 국가 중에서 가장 반(反)주민적임을 알 수 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일성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황해북도가 향나무 등 6000그루와 6000여㎡의 금잔디를 보냈고, 청소년 군인들이 김일성화(花)로 거리를 장식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평양 옥류관에서는 전문요리사 약 100명이 철갑상어, 자라요리, 피자, 스파게티, 퐁듀, 로슈티 등을 제공하고 있고, 모란각 등 평양시내 식당에서는 ‘칠골’이라는 꽈배기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또 태양절을 앞두고 평양시 인민위원회가 빙수판매대 100개를 설치하고 있다. 한편으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에 해당)은 지난달 28 ~ 31일 영국을 방문해 “앞으로 두달이 위기”라며 ‘국제적 앵벌이’에 나섰다. 한국, 미국은 물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사회를 향해서 무조건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 김씨 왕조 우상화를 위해 주민을 더 굶주리게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그 굶주림을 내세워 식량지원을 얻어내는 희대의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을 생각하면 보릿고개를 넘길 식량을 당장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탈북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복수응답)의 73.6%가 군대에 분배된다고 답했다. 다음이 당간부(69.0%), 정권·기관(48.8%)이었고, 일반주민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응답은 1명(0.2%)뿐이었다. 분배투명성에 관계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6%였고, 94%는 그 문제가 해결된 뒤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에 일가친척을 두고 온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봉건왕조시대에도 백성이 굶주리면 군주의 책임이라고 하며, 군주가 앞장서 내핍하고 고통을 나누는 흉내라도 냈다. 김정일 정권의 근본이 바뀌지 않으면 체제변환 이외에는 북한 주민을 구출할 방법이 없음을 태양절 사기극이 거듭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