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 장군님의 전사들

에필로그

“총으로 일어선 자, 총으로 망한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인 97년 즈음에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호위국 여단에 왕진을 나간 적이 있다. ‘장군님의 친위전사들’이라고 하는 호위국 병사들인지라 북한 내에서도 사상적 각오가 좋은 젊은이들이 모인 곳이어서 모든 행동을 조심스럽게 해야만 했다.

그런데 스물 여섯 살 난 한 군인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매일 찾아와 계속 침을 놓아주었다. 여러 날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지니 “내가 머리가 아픈 것은 고민 때문”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집인 보천군에 한 달 전에 갔다왔는데 글쎄 아버지, 어머니가 굶어죽고, 동생은 중국에 팔려갔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기본계급 출신으로 공장에서 직장장(작업반장 위의 직책)을 했는데 고난의 행군 때문에 죽었다고 한다. “부모가 다 굶어죽고 가정이 망했는데 나 혼자 살아서 무엇하랴” 하면서 나를 보고 “도대체 앞으로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가” 라며 울음을 터트렸다. 부모를 다 굶겨 죽인 나라를 지키겠다고 총을 잡고 있으니…….

결국 내가 그곳을 떠난 지 며칠 후 그는 수류탄 10개와 실탄 300발을 무기고에서 탈취해 탈영했다. 호위국 병사가 무장 탈영을 하니. 즉시 사령부에 보고되어 “무조건 체포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사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일주일 동안의 추격전 끝에 그는 자신을 포위한 동료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수류탄을 터트려 자폭했다. 아직도 내 눈앞에는 “과연 어떻게 하면 좋은까”라면서 울분을 터트리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 이것은 북한군 병사들에게서 흔히 일어나는 실례의 하나이다.

지금 북한은 군사제일주의를 내세우는 선군시대인 오늘의 현실에 맞게 군의 특수성을 내세우면서 ‘군대 내 사업이 사회에 공개되지 않고, 사회현실이 군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면서 군에 의지한 사회통제 및 국가정치를 실현하는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나 군대와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모든 것을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군대가 제일”이라면서 군대를 앞장 세우고, 총을 쥔 군대에 의지하는 정치! 이런 정치의 종말이 어떻게 될지 세 살 난 어린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군대 제일이야!’ 이런 선군시대의 간판아래 인민들 위에 올라서서 원한의 대상으로 점점 더 버림을 받으며 날이 갈수록 변해가고 있는 장군님의 전사들! 이들이 진정한 ‘인민의 군대’로 불리게 될 날은 과연 언제나 올까.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