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최주혁 씨는 북한에서 한의사였으며, 2002년 11월 한국에 왔습니다. 이 글은 한국 맞춤법에 맞게 수정, 보완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소중한 원고를 보내주신 최주혁 님께 감사 드립니다.

“정권은 총구에서 나온다”

『장군님은 명사수 우린 명중탄
격동상태 순간에 병사는 산다
멸적의 방아쇠 당기신다면
단방에 적들을 박살내리라』

이 노래는 북한의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불려지고 있는 대중가요이자 행진곡이다.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을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고 장군님께서 명령만 내리신다면 이 땅에서 미(美)제국주의자들을 쳐 몰아내고 하루빨리 조국의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 한목숨 바쳐 싸우겠다는 조선인민군 전사들의 의지가 담긴 노래이다.

미국 주도하의 연합군이 사담 후세인 독재정권을 순식간에 무너뜨린 이라크전이 끝나기도 전에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시인함으로써 지금 온 세계의 초점은 북핵(北核)문제에 쏠리고 있다. 이 세상에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임을 자랑하며 자기들만이 강대한 미제국주의 연합세력과 맞설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북한, “조선이 없는 지구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보복에는 보복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북한.

선군(先軍)정치시대! 지금 북한은 선군정치, 군사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노동계급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우던 지난 시기와는 달리 ‘군대’를 혁명의 주력군으로 규정하고, 군대에 의해 정치와 건설을 진행하는 ‘군사정치’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과거에 북한은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의 병진(竝進)노선을 내놓고 “한 손에는 총을 들고 다른 손에는 마치와 낫을 들고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전쟁도발 책동을 단호하게 짓부수면서 사회주의 경제를 건설한다”는 정책을 실시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한 손에 든 ‘마치와 낫’이 사라지고 오로지 ‘총’만을 양 손에 쥐게 만든 것이다.

북한은 6,25전쟁을 ‘미제와 남조선 괴뢰도당의 북침(北侵)에 맞서 싸운 조국해방전쟁’으로 규정하고 “우리가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미국놈들이 공화국 북반부를 침략할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선전해왔다. 지금도 거의 100%에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6?25전쟁을 북침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세뇌(洗腦)라는 것이 이렇듯 무섭다.

동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 강대하다던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가 하루아침에 붕괴되어 냉전이 종식되자 북한은 ‘세상유일의 사회주의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사회주의승리는 필연적이다’고 선전해왔다. 그러나 무너져 가는 경제체제와 백성들의 생활고로 말미암아 국가 체제가 근본적으로 흔들리자, 이제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세뇌하고 있다.


정권은 총대에서 나온다

군대가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전하고 있다. “최고사령관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일찍이 ‘정권은 총대에서 나온다’는 탁월한 사상을 내놓으시고 군사력 발전에 항상 깊은 주의를 돌리셨으며 ‘군대가 있어 나라가 있다’고 하시면서 오늘도 최전선에 있는 인민군 전사들을 찾으시고 계신다.”

아마 북한 사람이라면 <정권은 총대에서 나온다>는 말을 누구나 다 학창시절에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북한 중학교 역사시간에 나오는 말로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독일 역사를 가르치면서, 나치당의 히틀러가 공산당의 에른스트 텔만을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잡게 된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가르쳤다. 히틀러는 일찍이 “정권은 총대에서 나온다”면서 자기의 사조직으로 SS부대를 조직해, 투표장에 나온 인민들을 총으로 위협하여 자기를 지지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히틀러는 총통이 되었고 텔만은 감옥에 끌려가서 죽었다고 우리는 역사시간에 배웠다.

그런데 히틀러가 했던 이 말이 어느 날 갑자기 “최고사령관 동지가 내놓은 새로운 탁월한 군사사상”으로 바뀌었다. 이 말의 출현과 함께 북한에는 새로운 시대 - 선군정치 시대, 군사제일주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군대가 사회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통제한다는 선군정치. 군대가 모든 것의 우선이고 제일이라는 군사제일주의.

말로는 “나라 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면서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회주의 제도를 없애려는 미제와 그 연합세력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은 국가경제 파탄으로 생긴 백성들의 불만을 억누르고 체제안정과 정권유지를 위해 군사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백성들은 굶어죽어도 군대만은 살아남아야 나라를 지킨다”면서 군대의 특수성을 운운하는 이 군사제일주의 간판아래 오늘날 인민군대는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환영받는 군대가 아니라 인민들의 저주의 대상, 원한의 대상으로 점점 더 고립되어가고 있다. 적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목숨 바쳐 지키기 위해 인민의 우수한 아들딸들로 조직되었다고 하는 인민군대는 선군정치 시대인 오늘날에는 너무나도 변해가고 있으니…. 오죽하면 지금 북한 인민들이 인민군대를 도적놈, 강도무리, 치안대라고 하겠는가?

『이 세상에 우리를 당할 자 없다. 김정일 장군님의 두리에 뭉친 불패의 혁명적 무장력인 조선인민군이 있기에 그 어떤 원쑤도 두렵지 않다.』

김정일이 정권 유지의 원천이자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는 조선인민군의 지금 실정은 과연 어떠한가?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