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 장군님의 전사들

다섯 번째 이야기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습격(襲擊), 선군시대 전사들의 가장 중요한 특기가 바로 이것이다. 좋은 말로 하면 습격이고 나쁜 말로 하면 도적질이다. 아마 지금 북한군 출신들 치고 도적질을 안 해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전문적인 도둑들도 입을 딱 벌릴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한 고수들이다.

노골적으로 하든 몰래하든 습격에서는 좌우간 당할 자가 없다. 군대에서 도적질 같은 것은 큰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못하는 놈이 더 창피하고 놀림을 받는다. ‘군대’ 하면 사회에서는 제일 먼저 ‘도적질’부터 생각할 정도이다.

“오늘 영희네 집 텔레비전을 대낮에 들고 갔대. 그건 군대야.”
“어제 밤 철수네 아파트 5층에 사람이 자고 있는데 들어와서 싹 털어 갔대. 물어보나 마나 군대지.”
“어제 우리 농장 돼지를 까갔대. 그것도 군대야.”
무엇이 없어졌다 하면 오직 찾는 것이 군대다. 하긴 저녁만 되면 북한의 그 어디든 전사들이 어슬렁거리지 않는 곳이 없다. ‘어떻게 하면 잘 훔칠 것인가’ 하는 것만 생각하면서 정찰을 다니는지…….

대낮도 가리지 않는다. 때도 장소도 따로 없다. 공장기업소든, 농장이든, 개인집이든, 심지어는 학교, 기관, 단체, 사무실 등 돈 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무조건 습격하고 본다. 무엇이든지 마음만 먹으면 습격해버린다. 제대군인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다 “군대에 나가 처음 배우는 것이 도적질”이라고 말한다. 사관들이 강제로 명령을 내리니 하지 않을 수가 없지…….

도적질도 얼마나 멋있게들 하는지 그 방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돼지를 소리 안 나게 하고 죽이는 방법, 염소를 단 몇 초 만에 죽이는 방법, 닭소리 안내고 잡는 방법……. 짐승이든 무엇이든 좌우지간 그 수법과 방법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남새(채소)철 같은 때에는 농장 밭들도 야단이다. 배추, 무, 오이 할 것 없이, 심지어는 고추, 마늘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다 뽑아간다. 조금이라도 남겨놓고 뽑아갈 것이지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린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조리 도적질 해간다. 그 무엇이든 채가지 않으면 속이 편하지 않은 듯 보인다.

이런 행위들이 선군시대에는 너무나도 흔한 일, 응당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실질적인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의 생활을 국가에서 챙겨주지 못하니 백성들 것이라도 채먹어 힘을 키우라고 하는 건지……. 일반 사병들의 흐름이 이러할진대 상관들도 이런 것을 막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오히려 조장시키고 있다.

어느 구분대에서 있은 일이다. 4월 25일은 북한 인민군의 창건기념일인데, 이 부대의 구분대장이 4?25 명절을 뜻 깊게 맞이하기 위해 매 중대별로 요리경연을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아무 것도 없는데 요리경연이라니! 그러나 전사들은 신바람이 났다.

그날 군인들을 위문한다고 일정한 준비물을 가지고 인민대표단 격으로 나도 병원을 대표하여 사람들과 구분대를 찾아갔다. 공연을 마치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들어가니 별의별 산해진미가 다 차려져 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여서 물어보니 이것은 어느 중대에서 준비한 것이라느니 저것은 어느 중대에서 내놓은 요리라느니 말하는 것이었다.

방문을 마치고 나오다가 구분대 정문을 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누구는 돼지를 잃어버렸소, 누구는 딸 해산할 때 쓰려고 건사했던 미역을 잃어버렸소, 아들 잔치(결혼) 준비해놓은 무엇을 잃어버렸소 등등 모두가 잃어버린 사람들이었다. 분명 그들이 잃어버린 것들이 지금 구분대 식당의 식탁 위에 올려져 있건만 채가는 것을 보지도 못했거니와 보았다 해도 군인들이 가져간 것인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구분대장에게 신소(申訴)를 해보아도 소용없다. 무장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저 구분대 정문을 일반 주민들이 감히 어떻게 통과하랴.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다 말한다. “제발 군대를 집에 들이지 마소. 꼭 망하오. 내 말 틀리나 두고보오. 화를 입지 않나…….”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