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 장군님의 전사들

아홉 번째 이야기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싸움질은 왜 그렇게 해대는지……. 적들과 싸울 예비훈련을 한다해도 이렇게는 안 싸울 것이다. 누가 더 센지 끝까지 겨뤄보자는 뜻인지, 아니면 안착할 수 없는 군생활에서 생기는 악심 때문인지, 좌우간 너무너무 싸우기를 즐긴다. 이것도 하나의 버릇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일들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선군시대에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곳곳에서 ‘장군님의 전사’들이 싸움질이다. 어느 하루도 군대가 싸움을 안 했다는 날이 없다. 일당백(一當百), 일당천(一當千)인 세계무적의 군대라고 하는 인민군대의 위력을 시위하려는지……. 그런데 적들도 아닌 자기들끼리 왜 그렇게 싸워대는 걸까?

북한군은 구성이 좀 특이하다. 계급적 성분이 좋고 앞으로 발전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집의 자식들은 호위사령부, 안전부, 보위부, 비행기, 잠수함, 국경 경비대, 해안 경비대, 38선 경비대 등 비교적 생활조건이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 이런 구분대들은 우선 복장이 다르고 먹는 것이나 물자공급이 일반 구분대보다 훨씬 우월하다. 힘없는 집의 자식들은 대체로 일반 구분대나 건설 구분대, 도로국 같은데 나가는데, 이곳의 생활조건은 한심하다.

그러다 보니 북한군은 병종(兵種) 간의 마찰이 정말 심하다. 같은 나이에 같은 사람인데도 “조상을 잘못 만나 우린 왜 고생하고 저들은 왜 잘 먹냐?" 이런 생각에 걸핏하면 싸움질이다. 격술이나 태권도를 전문으로 하는 구분대 전사들은 싸움질이 특기인지라 위세를 뽐내느라 싸움질을 하기도 한다. 일단 싸움이 붙으면 정말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무섭게도 싸운다. 심한 경우에는 총질까지 한다. 그 무엇도 가리지 않는 ‘장군님의 전사들’의 진정한 자세이다. 역전이든, 기차칸이든, 자동차 위에서든, 공공장소이든, 때와 장소에 구애되지도 않는다.

저희들끼리 이렇게 싸워대는데 일반 백성들에게야 더 말해 무엇하랴. 엊그제 군대에서 나온 전사도 일단 군복을 입으면 사민(私民)들에게는 제왕이 돼버린다. 반말질에, 눈 한번 쳐다보았다 해도 생트집을 걸어 구타한다. 군대를 만나면 나이가 적든 많든 오직 “예, 알았수다”라고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비위에 거슬리면 주먹과 발길질이다. 저희들끼리 싸우다가도 사민과 말다툼하는 것을 보면 힘을 합쳐 사민을 집단구타한다. 그 누구도 말릴 수도 없고 매맞은 사람만 손해를 보게 돼있다. 군대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상책이다.

자기가 어제까지 데리고 있던 전사들이 대들어도 군대에서 방금 제대한 군인들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일단 오늘이라도 군복을 벗으면 사민이니 군대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장군님의 전사들’ 앞에서는 기라면 기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하고, 울라면 우는 시늉이라도 해야만 한다. 그러니 감히 어디라고 맞설 수 있단 말인가?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